교역조건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민 총소득(GNI)이 1년 만에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2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NI는 전기대비 5.6% 증가해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는 1988년 1분기의 6.2% 이후 2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질 소득이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주된 배경은 지난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실질 무역손실이 4조9000억원 축소됐기 때문이다.

또 해외 근로소득·이자·배당소득과 같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 흑자 규모가 1조8000억원 늘어난 것도 우리나라의 실질 소득 증가에 기여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전분기에 비해 2.6% 상승하면서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7월말에 발표한 속보치 2.3%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7월 속보치 발표 이후 입수한 6월분 산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및 금융기관 등의 분기 결산자료를 추가로 반영,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년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며 -2.2% 역성장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대부분 업종의 생산 호조로 전기대비 8.9%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의 증가세 확대와 운수보관업, 사업서비스업 등의 증가세 전환으로 같은 기간 1.1%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업은 토목건설이 전분기 높은 수준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0.2% 감소했다.
지출별로는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서비스 소비지출 증가세 역시 확대돼 전기대비 3.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마이너스권을 맴돌았으나 기계류와 운수장비 모두 전분기 큰 폭 감소로 인한 기저효과를 반영, 전기대비 10.1% 증가했다.

이에 따라 내수는 민간소비지출과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전기대비 3.4%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 총소득 GNI가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우리 국민의 체감경기와 호주머니 사정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하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 등으로 실물경제가 재차 내리막길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 악화 가능성, 고용시장 등 제반 변수를 고려한다면 GNI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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