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족 1주일치 장보면 영수증 길이만 1m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물건을 산 고객에게 발급하는 영수증의 길이가 갈수록 길어지면서 너무 긴 영수증으로 인한 고객 불편과 함께 종이 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고객이 의약품 등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인 CVS에서 처방약 2개와 음료수 1병, 휴지를 사고 난뒤 받은 영수증의 길이는 60cm 정도.
구입한 제품은 몇개 안되는데 영수증이 이렇게 긴 것은 유통업체들이 영수증에 온갖 것을 다 인쇄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품목들을 샀고, 개당 얼마씩 총액을 얼마나 냈는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영수증에 유통업체들이 쿠폰에다 제품반환 정책, 고객 포인트 점수, 기타 정보 및 광고 내용까지 비좁은 영수증에 넣다 보니 길이가 길어지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유통업체들의 영수증이 갈수록 길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소개했다.

영수증이 필요 이상으로 얼마나 길어졌는지는 대형 유통업체 K마트에서 훌라후프를 구매한 영수증의 길이가 75cm 정도에 이르고, 전자제품 유통업체 라디오색에서 한 품목을 구입한 영수증 길이가 50cm에 이르는 것 등에서도 알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4인 가족의 1주일치 장을 보면 구매 품목이 많은 데다 각종 인쇄 내용까지 포함해 영수증 길이가 1m에 달할 정도다.

한 유통업체에서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영수증 담을 쇼핑백이 필요하지 않냐고 농담 삼아 묻기도 한다.

미국에서 영수증이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NCR 코프가 금전등록기를 내놓은 1884년. 이후 1세기 동안 영수증은 고객에게는 자신이 구매한 품목과 가격이 정확한지를, 업주에게는 얼마나 팔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0년전부터 많은 유통업체들이 고객 성향 파악 등을 위해 쿠폰과 같이 영수증에 담은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영수증은 길어지기 시작했다.

영수증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고객 중에는 이를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영수증용 종이가 너무 많이 쓰이는데 따른 자원낭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경비 절감을 하려면 영수증 길이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유통업체들은 영수증 길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월마트는 영수증을 양면으로 쓰는 방안을 시험 중이고 건축자재 유통업체 로우스는 고객 불만을 반영해 한 품목당 영수증 평균 길이를 기존의 18cm 정도에서 13cm 정도로 줄이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