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등 긴급 일자리 처방 역부족

지난해 9월에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는 국내 고용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 등 저소득.소외계층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자 정부가 희망근로사업 등 긴급 일자리 구호에 나섰지만 재정 지출에 의한 한시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내수 경기를 부양해 민간 부문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실물 경제 회복이 더딘데다 고용은 경기 후행 지표라는 점에서 고용 불안이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작년 8월과 올 7월의 고용 지표를 보면 고용의 심각한 정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 8월 실업자가 76만4천명에 불과했는데 지난 7월에는 92만8천명에 이르렀고 실업률도 3.1%에서 3.7%로 뛰었다.

최근 고용 지표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희망근로사업 덕분에 지난 6월 전년 동기보다 4천명 증가하면서 '깜짝 플러스'를 기록했던 취업자 수가 7월 들어 7만6천명 감소하면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고용지표의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3월 -19만5천명, 4월 -18만8천명, 5월 -21만9천명 등 이전보다 감소 폭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정부가 6월부터 실시한 희망근로사업에 20만명 이상이 새로이 채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 폭이 작아졌다고만 볼 순 없다.

취업자 감소는 경기 침체 국면이 계속되면서 산업 전반의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7월 중 일자리를 구하기를 포기한 사람에 해당하는 구직단념자는 17만2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5만2천명(42.8%)이나 증가, 2000년 19만1천명 이후 가장 많았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고용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며 빨라야 내년 중반 이후 경제가 안정되면서 고용 문제도 다소 해결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연간 10만~15만명 수준 감소하고 내년에는 15만명 내외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올 하반기에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추경 일자리 사업이 본격 집행됨에 따라 고용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근로와 같은 공공 부문 일자리 사업이 민간 부문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고용 효과는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하반기에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도 고용 개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론 2010년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개선 흐름이 보이겠지만 고용의 경기 후행성을 감안할 경우 실물경기보다는 고용의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고용 불안이 커질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노동시간을 조정하는데다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늦춰져 취업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업률은 올해 3.6%~3.7%, 내년에는 3.6% 내외가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추경 등 적극적인 고용 대책에 힘입어 상반기에 비해 실업률 하락이 예상되며, 2010년에는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 인구 편입이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을 지속하되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지원을 통해 민간에서 자생적인 일자리 수요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그동안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회서비스 일자리, 학습보조 인턴교사 등 저소득층,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 지원을 재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자리는 대부분 올해 말로 종료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상적인 취업을 유도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구직자가 훈련 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 계좌제'를 확대하고 노동부 직업훈련 정보망을 정부 직업능력개발사업 포털로 개편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근로자 감원 대신 휴업.훈련 등을 통해 계속 고용하는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 교대제 전환을 실시한 경우 사업주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재정 지원으로 일자리 대책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단계"라면서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기업의 투자 촉진 등으로 내년 중반 이후로는 고용 사정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