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출구전략 시행 여부가 관건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계기로 발발한 세계적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원위치시키는 출구전략(Exit Plan) 시행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과열될 기미를 보이면서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을 통해 조만간 출구전략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한은 출구전략 시행 임박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과 총액한도대출 증액, 채권시장 안정펀드 및 자본확충펀드 지원 등을 통해 공급한 원화 유동성은 27조5천억원이다.

한은은 이중 RP 매입분 16조8천억원 등 17조1천억원을 회수해 잔액이 10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작년 10월21일부터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공급한 102억7천만달러를 지난달 4일까지 전액 회수하는 등 외화 유동성도 상당 부분 회수했다.

300억달러 한도인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은 작년 12월2일 이후 163억5천만달러가 공급됐지만 1일 현재 117억5천만달러가 회수돼 시중에 풀린 외화는 46억달러로 줄었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RP 매입분 회수 외에 총액한도대출 조정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지 주목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 증액분 3조5천억원 가운데 4천억원이 소진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중 4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책정하면서 한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20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제3차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이후 단기 출구전략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주요국과 보조를 맞춰 연내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 연내 금리 인상은 미지수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이 연내 시행되더라도 금리 인상으로까지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이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실을 초래하면서 경기 회복세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과 민간투자의 부진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장관 등이 잇따라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한 점도 조기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키움증권 유재호 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긴축을 인내할 정도로 충분히 회복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블딥(이중침체)을 가져올 수도 있는 금리 인상이 연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는 되어야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가 불안해지면 연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SK증권 양진모 연구원은 "한은이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은행채와 특수채를 포함한 조치를 10월 말에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출구전략이 시행되는 것"이라며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총액한도대출도 함께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위기 이후 금융사 건전성 관리강화

세계적 금융위기에 시달린 금융감독당국은 국제 금융위기가 재발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달 들어 도입한 '은행 유동성 리스크(위험) 관리기준'은 원화유동성 비율, 외화유동성 비율, 예대율 등 단순히 유동성 지표만으로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은행의 유동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질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위원회를 중심으로 은행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위기대응 능력 제고를 위해 지금보다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파생상품의 범람과 이에 대한 미흡한 관리가 국제 금융위기로 원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종합관리 시스템을 연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나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신용평가 방법과 모델, 중요 고객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과 금융투자회사의 성과보상체계를 합리화하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김호준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