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제2의 독립선언"..투자유치.국제유가가 관건

브라질 정부가 석유 및 천연가스 자급자족은 물론 세계 10대 산유국 진입을 가능케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Pre-sal) 개발방식을 31일 공식 발표했다.

에드손 로방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비롯한 연방정부 주요 각료와 주지사, 의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2년 가까이 논의를 거쳐 확정한 심해유전 개발방식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심해유전 개발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국제입찰을 거친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며, 생산된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량 브라질 정부 소유를 원칙으로 하되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은 계약에 따라 투자분에 대한 이윤을 현금 또는 일정량의 석유ㆍ천연가스로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페트로브라스는 유전의 매장량 조사부터 개발 계획 수립, 장비 대여 및 구입, 시추까지 모든 절차에서 주도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가 되며, 국제입찰을 통과한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페트로브라스가 최소한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도록 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와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ㆍ판매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관리하는 국영회사 페트로살(Petrosal)을 설립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례 국영 라디오 프로그램인 '대통령과 커피 한잔'에서 "심해유전 개발 계획 발표는 브라질에 에너지 자급자족을 가져다 주는 제2의 독립선언"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심해유전 개발로 페트로브라스가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며, 개발 이익은 교육, 과학기술, 빈곤퇴치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심해유전 = 지난 2007년 말부터 산타 카타리나, 상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피리토 산토 주 등의 대서양 연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심해유전 지역은 길이 800㎞, 넓이 112㎢에 걸쳐 해저 5천~7천㎞ 지점에 분포돼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최소 9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브라질의 현재 매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브라질 정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유전까지 합치면 매장량이 1천억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추정치가 맞을 경우 브라질은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캐나다,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적인 산유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페트로브라스는 2020년까지 심해유전 개발에만 1천110억달러를 투자해 하루평균 18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5천~7천㎞ 해저 유전 개발을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최소한 2천100억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브라질은 해외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미 브라질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과 중국개발은행 등으로부터 31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국제유가의 추이도 심해유전 개발 및 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심해유전이 처음 발견된 2007년 말 배럴당 120달러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 선으로 떨어진 상태이며,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낮아질 경우 투자 유치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