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 일 세 나라 신용평가회사들이 공동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추진되는 작업이어서 주목된다.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사진)은 1일 "한신정평가와 중국의 대공국제신용평가,일본의 R&I(Rating & Investment Information) 등이 최근 아시아 국가 및 기업의 신용등급을 아시아 신용평가사들이 매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 · 중 · 일 신용평가사 공동 세미나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공동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스그룹은 기업평가사인 한신정평가,개인신용정보사인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용평가 전문 그룹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 문제는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불거졌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우리나라가 2009년 228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한국은 216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외환보유액은 7월 말 기준 2000억달러가 넘어 피치의 예측이 틀렸음이 입증됐다.

김 회장은 "아시아 국가 및 기업에 알맞은 평가 틀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며 "한 · 중 · 일 세 나라의 신용평가사들이 힘을 합치면 기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보다 정교한 아시아 국가와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김 회장은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한국신용정보도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베트남이 첫 진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증권거래소 설립을 지원하는 등 금융쪽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진출하기에 적합하다"며 "당초 올해 해외 진출을 시작하려 했지만 금융위기 때문에 늦춰졌고 내년쯤이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카드 부가통신망(VAN) 회사,현금인출기 회사 등도 그룹 내에 있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장점을 잘 살리면 금융 인프라가 덜 갖춰진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LG전자에서 5년간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다 1994년 대학 선배와 함께 휴대폰 부품회사인 KH바텍을 설립했다. 그는 2003년 KH바텍 지분을 처분한 뒤 서울전자통신을 인수했으며 2005년 한국신용정보 지분을 장내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글=이태훈/사진=정동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