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세계적인 불황을 딛고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예상치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테크윈 등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거나 근접한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1일 삼성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자 생명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1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4년 13조6000억원(그룹 전체)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15개 상장사와 생명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20개만을 대상으로 보수적으로 추산한 데다 40여개 중소형 계열사들도 적지 않은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 실제 순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3조5000억원에서 3조8200억원으로 높이는 등 전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세가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이익은 질적으로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에는 삼성전자가 순이익의 80%(10조7000억원)를 벌어들였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55~60% 선으로 낮아지는 대신 비(非)전자 계열사들의 실적 기여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정밀화학,제일모직,코닝정밀유리 등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 확실하고 2004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을 갉아먹었던 카드도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최고치에 근접할 전망이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석유화학도 흑자 전환을 이룬 상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 예상 외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면서 위기상황에 대비해온 데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투자 규모를 다소 줄였고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절감 노력도 많이 한 만큼 2004년과 단순 비교해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