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수익으로 이끈다는 벤처기업의 전형인 동시에 벤처 거품의 대명사로도 여겨졌던 골드뱅크가 상장 11년 만에 증시를 떠난다.

31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블루멈[033880]으로 이름이 바뀐 골드뱅크는 다음달 4일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다.

상장 폐지 사유는 2회 연속 50% 이상 자본 잠식 발생과 반기 보고서에 대한 감사인 `의견 거절' 등이다.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같은해 4월 골드뱅크로 이름을 바꿨고, 이듬해인 1998년 10월 13일 코스닥시장에 등장했다.

첫 거래일 시초가격이 800원이었던 골드뱅크는 1999년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하며 같은해 5월 3만700원까지 치솟았다.

'인터넷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사업 구조가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당시 코스닥시장에서 성행했던 '묻지마 투자' 행태가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골드뱅크가 실제로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증시에서는 실망감이 번졌고, 주가 역시 1999년 말 1만1천원에 이어 2000년 말에는 900원까지 추락했다.

골드뱅크는 2002년 사명을 코리아텐더로 바꾸고 재기를 시도했지만 내리막길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고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하는 등 밝은 모습보다는 어두운 면이 더 자주 보였다.

설립자인 김진호 씨 또한 스타 벤처기업인이라는 영예에서 공금 횡령범이라는 치욕으로 급전직하했다.

이후 이 회사가 보여준 모습은 몰락해 가는 상장기업의 전형이었다.

회사 이름은 그랜드포트, 룩소네이트, 블루멈 등으로 계속 바뀌었고 최대주주도 열번 이상 변경됐다.

특히 2004년과 2006년에는 최대주주가 각각 세번, 네번씩 변경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 정정 제출된 마지막 반기보고서에 그랜드포트에서 룩소네이트, 그리고 블루멈으로 상호가 변경된 내역이 누락돼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투자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듯한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블루멈에 대한 정리매매는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된다.

이 종목의 지난 28일 종가는 35원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