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직장을 잃은 리먼 맨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15일 리먼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졸지에 직장을 잃은 2만5000여명의 리먼 임직원들은 금융위기의 한파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새 삶을 찾아가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일부는 월가 금융사와 헤지펀드에서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직장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리먼에서 10년 동안 자산인수 일을 하다가 직장을 잃은 케빈 황은 "아직은 새 직장을 구하려는 리먼 맨들이 많다"고 말했다.

29일 CNBC에 따르면 리먼 파산 당시 회사 경영을 이끌었던 리처드 풀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사무실을 열고 금융자문업을 하는 등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파산으로 명예가 실추된 데다 리먼과 관련한 법적 문제가 남아 있어 활동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 2인자였던 조 그레고리 사장은 월가와 거리를 두고 있다. 리먼 파산으로 재정적 타격을 입자 뉴욕 고급 아파트와 헬리콥터 등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일약 월가 스타로 부상했던 에린 캘런은 크레디트스위스로 자리를 옮겼으나 개인 휴가를 내고 현재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주위에서는 캘런 전 CFO가 리먼 파산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드 위난스 고문은 금융서비스 자문회사인 알스톤앤드버드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리먼에서 유럽 대출을 총괄했던 크리스티안 슈스터는 이달 중순께 RBC캐피털마켓에서 고수익 위험 대출 사업을 맡았다. 리먼에서 부회장을 지냈던 마크 버턴은 지난 7월 에버코어파트너스의 자문업무 담당 전무로 영입됐다. 이에 앞서 리먼에서 에너지 투자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잭 렌츠는 투자회사인 라자드에서 국제 에너지 투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