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대규모 가스관 공사에 참여한다. 국내 기업들은 특히 북한 인력 수백명을 이 공사에 투입할 예정이어서 남북간 협력이 러시아 땅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30일 사할린~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2035㎞의 가스관 공사의 일부 구간 공사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2012년 끝나는 이 사업은 사할린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한국 일본 등에 수출하기 위해 러시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건설 자회사인 GIV가 발주했고,가스공사는 원청업체로 선정된 러시아 기업에서 최소 50㎞ 이상의 공사를 하청받아 수행하게 된다. 50㎞ 공사비만 해도 2750억원에 달한다.

매설되는 가스관은 직경 48인치의 대구경인데다 사업지가 혹한지여서 국내 기업들엔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가스공사는 현지에 '코보스LLC'라는 협지 법인을 지난달 설립,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 6월 방한했던 가즈프롬 회장이 한국에 사업 참여 기회를 주겠다고 확인했다"며 "가스공사는 건설관리(CM)를 담당하고 시공은 현대건설 풍림산업 STX중공업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 공사에 북한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관 공사는 대부분 장비로 진행되지만 용접 등의 작업은 사람이 맡아야 하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들이 건설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는 20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다음 달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릴 착공식에 가스공사를 초청했다. 가스공사는 현지에서 이 같은 사업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되는 가스관은 한국이 2015년부터 연간 750만t씩 30년간 들여오기로한 천연가스의 수송 루트이기도 하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사할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었던 당시만해도 이 같은 가스 도입 루트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가 북한 경유 PNG(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되는 천연가스)의 대안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LNG (액화천연가스)방식으로 들여오는 대안도 함께 검토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LNG방식보다 PNG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에 들어가면서 북한을 경유하는 방안이 다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며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서 북한 근로자가 경험을 쌓게 되면 북한 내 가스관 건설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