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업체인 징둥팡(BOE)이 280억위안(약 5조3200억원)을 투자해 8세대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을 건설한다. 한국 일본 대만의 LCD업체들도 속속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중국이 LCD업체 간 치열한 전장터가 될 전망이다.

27일 동방조보에 따르면 BOE는 베이징에 25~55인치 LC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2011년 말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BOE는 이 공장의 생산 규모가 월 9만장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IT(정보기술) 컨설팅업체인 SEMI의 조이스 양 연구원은 "BOE의 대형 LCD 생산으로 중국 TV업체들이 중국산 LCD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세계 전자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BOE의 8세대 라인 건설계획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마련됐다. 중국은 LCD TV용 패널의 50% 이상을 국산제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 아래 1000억위안(약 19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모니터나 노트북PC에 들어가는 5.5세대급 이하의 제품만을 생산하던 중국 업체들이 속속 대형 LCD 생산계획을 마련 중이다.

IVO는 쿤산에 7.5세대 공장을,SVA는 일본 샤프의 라인을 이전받는 형식으로 6세대 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VA는 샤프와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8세대 제품 생산도 검토 중이다. 이는 세계 LCD시장에 형성됐던 한국 대만 일본의 3각 구도가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4각 경쟁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일본 대만업체들도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LCD TV 시장을 겨냥,발빠른 대응을 준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시와 8세대 LCD 공장 건설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도 LCD 공장을 건설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시바는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히타치는 미야자키현 소재 구니토미초의 LCD 패널 설비를 중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대만업체들도 정부의 핵심기술 중국 유출금지 조치가 풀리면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대만 정부는 조만간 LCD 생산 기술의 중국 이전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LCD TV 시장은 지난해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작년 1337만대였던 중국 LCD TV 시장은 2013년 428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