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한 오혜원씨(31)는 혼수 가구를 장만하지 않았다. 신혼집을 소형 오피스텔로 마련해 냉장고,옷장,세탁기,에어컨 등 웬만한 살림살이가 갖춰져 혼수 가구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오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파베드와 수납화장대,좌식책상,행거 등을 샀다. 몇 년만 살고 아파트로 이사갈 예정이라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저렴한 가구들이었다. 여러 품목을 구입했으나 3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패스트 퍼니처' 시대

가구도 쉽게 사서 쓰고 쉽게 버리는 시대다.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가 뜨고 있다. 패스트 퍼니처란 싸게 사서 1~2년 간 쓰고 이사갈 때 쉽게 버릴 수 있는 가구를 뜻한다. 자주 이사 다니는 자취생,싱글족,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는다. 도심의 원룸,주거용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 수요가 늘면서 가구 교체시기가 단축됐다. 한번 장만하면 10년은 거뜬히 쓰던 혼수 1순위였던 가구는 이제 옛말이 됐다.

패스트 퍼니처는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거나 제품은 하나이지만 둘 이상의 기능을 갖춘 멀티형 가구다.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고 수납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쇼핑몰 전용으로 중간 유통마진을 없앤 중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며 생산업체가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 반영해 디자인 교체 주기가 빠르다. 온라인 가구 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낮엔 소파,밤엔 침대 '소파 베드'

패스트 퍼니처 중 가장 많이 출시된 상품은 '소파베드'.간단한 등받이 조절로 낮에는 소파로,밤에는 침대로 쓸 수 있다.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침대와 소파를 합해 놓은 만큼 공간 활용도가 높다. 가격은 주로 10만~20만원대.

'퍼슨 베프 프리미엄 소파베드(19만7550원)'는 핑크,퍼플,머스타드,블랙 등 색상이 다양해 여성 싱글족들이 많이 찾는다. 같은 색상의 포인트 플라워 쿠션을 함께 구성해 쿠션,베개로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롯데아이몰닷컴에서 19만7550원에 판매 중이다.

거실에 셋트로 놓던 소파와 탁자는 1인용 소파가 대신했다. 디앤샵의 '보니타 트루라운저 빈백'(12만7500원)은 사이즈가 넉넉하고 쿠션감이 좋은 1인용 쇼파다. 등받이 각도를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에보니아의 '1인용 매직소파베드'(11만 5400원)도 꾸준히 인기를 끈다.

◆다목적 수납 가구들

멀티 가구의 주된 목적은 공간 활용이다. 거울 속에 들어간 수납장,전자레인지대 겸용 식탁,비디오대여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무빙 책장 등 '트랜스포머형' 가구들이다. 옥션은 레인지대 겸용 식탁 카테고리를 별도로 구성했다. 전자레인지는 물론 밥솥까지 슬라이딩 방식으로 수납할 수 있는 '윤성퍼니처 식탁겸용 렌지대'(5만1500원)가 인기 제품이다.

현대H몰의 '에쌤 다용도 전신거울 수납장'(9만4200원)은 전신거울과 수납장,화장대로 활용 가능하며 거울도어 수납장을 열면 내부에 선반이 달려있고 거울 하단에는 가로 · 세로 40cm 크기의 수납장이 연결됐다. 바퀴도 달려 있다. 책이나 DVD,CD 등이 많다면 서점이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쓰는 슬라이드 무빙 책장이 제격.'알이에프 다나한 멀티 슬라이딩 이중 무빙 책장'은 보통 책장보다 2~3배를 수납할 수 있으며 높이 조절 가능한 선반이 있다. GS이숍에서 17% 할인해 39만8100원에 판매한다.

◆좌식 상품과 행거 등도 인기

좌식 상품도 많아졌다. '리치웰 하이그로시 큐브멀티테이블'(14만9000원)은 가운데가 뚫려 있어 이곳에 수납하면 된다. 구매 고객들이 탁자나 TV장,티테이블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롯데닷컴측은 설명했다. G마켓의 '와이드 좌식화장대'(5만4300원)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거울을 닫으면 일반 수납장처럼 보인다.

패스트 퍼니처에선 옷장보다 행거가 더 인기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왕자우드 칼라2단행거'(5만3400원)는 기둥이 굵어 안정적인 데다 원터치 방식이라 여성도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 봉에 나뭇결 모양의 시트를 씌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며 너비조절이 가능해 수납량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조수현 G마켓 가구침구팀장은 "장기 불황에 '나홀로 세대'가 늘면서 전통적인 내구재였던 가구가 1~2년 정도 쓰고 버리는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멀티가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