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미를 타고 미술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 낙찰률이 70%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화랑가에서도 인기 · 유망 작가의 소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상반기 낙찰률이 작년보다 5%포인트 상승한 78.3%를 기록,하반기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미술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출구 전략'이나 경기 '더블 딥' 우려,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당장 미술시장이 회복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술 경기 회복을 점칠 수 있는 경매 낙찰률 쪽에서 해빙 무드가 감지되고 있다.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주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 금융시장 안정 속에 미세한 회복세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한국미술투자연구소(소장 이인홍)가 서울옥션 K옥션 아이옥션 A옥션 등 4개 미술품 경매회사의 상반기 경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경매에 나온 1820점(온라인 경매 포함) 가운데 1278점이 팔려 낙찰률 70.2%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서울옥션의 평균 낙찰률 76.4%,K옥션의 81.8%를 밑도는 수준이지만 작년 평균보다는 1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서울옥션의 올 상반기 낙찰률은 78.5%까지 치솟아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술 전문가들은 경매 낙찰률이 회복된 것은 미술품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이대원 백남준 이대원 이왈종 이수동 오치균 황주리 이강소 권순철 이동기 권옥연 박항률 도성욱 이호련 김원숙 사석원 안성하씨 등의 작품은 낙찰률 80~100%를 기록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하반기 미술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다양한 기획 경매를 열어 고객 잡기에 나선다. 특히 서울옥션은 오는 9월15일 '가을 세일' 경매에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200여점을 출품할 예정이어서 컬렉터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또 K옥션(9월16일 · 200여점),아이옥션(9월10일 · 214점)도 근현대 및 고미술 수작들을 경매에 부친다. 서울옥션은 오는 10월 홍콩에서 대규모 경매 행사를 열 계획이다.

화랑가에서는 아직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았지만 100만~200만원대 소품에 매기가 붙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 소품 기획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는 100만원 출품작 200점 가운데 절반가량이 팔렸고,관람객도 15일 동안 1만여명이 몰렸다. 앞서 중견 화가들의 작품을 200만원 균일가에 판매한 서울 관훈동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서도 출품된 150점이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유명 작가들의 그림값은 강보합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미술계의 대표적 '마켓 테스팅' 작가 이우환의 경우 100호 크기 '조응' 시리즈가 연초 1억3000만원대 후반에서 현재 1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크기의 '선' 시리즈 수작은 점당 3억원까지 올랐다.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오치균 사석원 김종학 이왈종 김형근 이숙자씨 등 인기 작가군의 작품 가격도 이달 들어 추가 하락 없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은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진 데다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미술시장도 완만하게 회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