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무시로 `자동전환 법적 정규직' 급증
강력 행정지도땐 대량해고.소송 불 보듯

기업 상당수가 비정규직법을 무시하고 기간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노동부가 최근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1만개 표본 사업장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속기간 2년이 초과한 기간제 근로자가 계속 기간제로 고용되는 사례가 3분의 1 정도나 됐다.

지난달부터 발효해 `해고 대란' 우려를 낳았던 비정규직법(기간제법)의 관련 조항은 2년이 넘게 근속한 기간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근로자와 새로 기간제 계약을 하거나 언제라도 해고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그대로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건, 법을 무시한 결과이건 이들이 새로운 돌발변수로 떠오른 동시에 갈등의 핵이 될 소지가 커진 셈.
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기업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따지지 않고 광범위하게 존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법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탈법 사례를 순수한 정규직 전환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보고 실태조사를 발표할 때 실직과 정규직 전환으로 단순히 양분됐던 그룹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약이 종료된 근로자(실직자), 정규직처럼 소득수준을 올리면서 무기계약한 근로자(정규직), 처우는 그대로이지만 정년을 보장한 근로자(무기계약직), 비정규직법 무시에 따라 탈법 기간계약을 한 근로자, 아무 조치 없이 그대로 고용되는 근로자(이상 `법적 정규직') 등 5가지로 유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동안 쟁점으로 두드러졌던 대량해고설과 맞물려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된다.

노동부는 이와는 별도로 당장 비정규직 기간제한과 관련한 행정지도 방향을 두고도 고심하고 있다.

현행법을 무시하는 탈법 행위를 방관할 수도 없고 이를 바로잡으려 지도를 강화하면 기업이 법을 무시한 덕분에 고용이 유지되는 비정규직이 대거 실직할 우려가 커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법적으로 정규직으로 바뀐 근로자들이 계약 해지되거나 해고될 때 개별적인 법적 대응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 잇따른 집단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의 유예나 기간 연장 등을 차치하고라도 이 문제의 해결책이나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