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태조사…기업들 `비정규직법 무시' 한몫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조항이 발효한 7월 이후 실직한 기간제 근로자보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1만개 표본 사업장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정해온 계약해지(실직)와 정규직 전환의 비율(7대3)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어 향후 보완책 마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을 무시한 기업이 많아 법적으로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한 이들이 많다"며 "고용기간 2년이 넘었지만 다시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냥 그대로 계속 고용하는 기업이 3분의 1이나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와 법을 무시한 결과 저절로 정규직이 된 근로자를 합쳐 법적으로 정규직화한 근로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며 "법 무시로 고용이 지속되는 이들을 새 그룹으로 묶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가 근속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는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정규직 전환의 여력이 없는 기업은 해당 근로자와 계약을 해지해야 하지만 탈법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사업주가 법을 어겨 갱신한 기간계약을 근거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해고하면 해당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소송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기존 통계로는 비정규직 고용 불안 규모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부터 전국의 근로감독관들을 동원해 별도의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은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동안 중단됐던 근본적 처방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시장이 법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 새삼 드러났다"며 "표본조사의 모수를 추정하는 작업이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다음주 중반에는 동향 분석까지 마쳐 실태조사의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