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경차 모델의 선택 폭이 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1000cc 미만의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자동차의 '모닝'이 지난 7월 기준 84.9%의 점유율을 보이며 '절대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GM대우는 오는 9월 신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내놓으며 경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특히 최근 배럴당 70달러대로 뛰어오른 국제유가로 인해 경차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하지만 단 2개 차종에 불과한 국내 경차 라인업은 수요에 반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 현대자동차의 경차 출시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경차를 세계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1100cc급 경차 ‘i10'은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생산돼 현지 및 유럽 시장에 투입되는 전략 모델이다.

출시 직후 인도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i10은 전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현대차의 세계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 판매량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에서는 7월 판매량이 전월대비 107%나 급증하기도 했다. 오는 9월 15일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i10을 기반으로 개발한 100% 전기차의 컨셉트카가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현대차는 아직까지 이 차의 국내 출시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8일 "내부적으로도 경차 출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린 것은 없고 시장성 검토 등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i10의 경우 현재 국내의 경차 배기량 기준인 1000cc를 웃돌아 세금감면 등의 수혜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i10 외의 경차에 대해서도 "국내 출시가 쉽게 결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국내 시장의 경차 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정확히 내려지진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6월 2010년형이 출시된 기아차의 대표 경차 모닝은 각종 편의사양 등을 추가하고 액화가스연료(LPG) 모델을 내놓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2월 출시 이후 5년 반이 경과한 모닝이 GM대우가 내달 출시할 ‘다크호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맞서 지금까지의 시장 점유율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에서 경차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 6월 말 중·대형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30% 인하조치가 끝나면서 경·소형차의 인기가 더 오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모닝은 9891대가 팔렸다. 6월에 비해 차급별 판매 1위 차종 중 유일하게 20% 증가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지난 19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 결과 1주일여만에 5000대 이상이 계약됐다.

자동차공업협회 한 관계자는 "업계 안팎에서도 국내 경차 모델이 너무 적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내수 판매동향을 볼 때 경차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며 "이는 낮은 유지비라는 강점을 갖추면서도 성능이 대폭 개선된 신차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완성차업체들이 경차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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