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수기에도 일부 지역에서 매매가격이 오르고 전셋값 불안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졌던 지금까지의 부동산 시장.앞으로 4개월 남은 상황에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머니&인베스팅 창간 2주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 8명과 함께 앞으로의 시장 흐름을 예측해봤다.

◆매매는 강보합,전세는 강세

먼저 시장 동향에 대해 매매시장은 강보합을,전세시장은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8명 중 각각 6명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강보합을 예측했다. 전세시장의 불안세가 확산되며 전반적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매시장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폭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매매시장은 상승 압력이 여전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적인 대세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집값 상승에 대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대출 규제 강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 하고 있는데 이는 거래를 위축시켜 집값 상승률을 5% 내외에서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상 서울 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집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온갖 개발 재료가 나오고 있어 집값이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시장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만한 전환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의 상승세에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시장이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8 · 23 전 · 월세 대책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기 미흡한 상황에서 최근 1~2년간 집중된 서울시내 재개발 이주 여파가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동성과 정부 규제 주목해야

올해 막바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큰 변수로는 유동성 향방이 역시 꼽혔다. 택지개발지구 보상으로 토지 보상가가 시장에 유입되거나 금리가 올라가 유동성이 줄어드는 등 유동성의 양에 따라 집값도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팀장은 "수요자들이 대출을 얻어 집을 구입할 때 가장 고민하는 변수가 금리"라며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금리의 상승 수준과 속도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춘우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남은 4개월 동안 경기도 동탄,남양주,고양 등에서 토지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서 추가로 공급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들어올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정부의 대출 규제 등 유동성 관련 규제가 현실화할지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8 · 28 보금자리 조기 공급 대책'을 통해 내놓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의 여파도 시장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 지적됐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정부의 공급 확대 계획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라며 "당장 9월 말에 진행하는 1차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세는 신규 분양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상품으로는 대부분 신규 분양 물량을 꼽았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주변 시세의 50~70% 수준 분양가로 내놓는 것은 물론 민간 분양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보다 싸게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희선 전무는 "분양가 상한제가 곧 폐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올 가을에 나오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메리트를 가질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 분양까지 겹치면서 청약시장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도 "전매제한기간 단축,양도세 감면 등 수많은 혜택이 계속되는 만큼 분양시장의 인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청약저축이 있는 수요자들은 당연히 보금자리주택을 주시해야겠고 그렇지 않은 수요자들은 입지가 좋은 서울 도심의 유망 재개발 · 재건축 현장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박상언 대표는 "흑석뉴타운과 왕십리뉴타운,가재울뉴타운,판교 연립주택 등 검증된 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단지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연말쯤 오금역과 수서역을 연결하는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연장 개통되는데 인근 수혜 지역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주택의 매매에 나설 경우 가격 상승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역에 따라 가격 상승이 차별적으로 진행됐던 상반기 매매시장의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춘우 팀장은 "아현뉴타운과 용산,한남동 등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이주 수요가 한강을 따라 서쪽에 있는 마포나 합정 등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풍선 효과에 따른 상승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수 팀장은 "상반기 가격 상승폭이 작았던 강북지역에서 전고점과 차이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