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물가 -2.2%..사상최대 하락

일본의 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소비자물가는 사상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8일 7월 완전실업률이 전월대비 0.3%포인트 증가한 5.7%라고 발표했다.

이는 실업률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53년 4월이후 최악이다.

종전 실업률 최고는 2003년 6월의 5.5%였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실업자 수는 359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3만명이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사람은 7월 현재 243만2천500명으로 전월대비 2.1%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 잠재적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은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과 투자부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높은 상태에서 소비자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이날 총무성이 실업률과 함께 발표한 7월의 전국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2% 하락,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박막형 TV와 컴퓨터 등 가전제품의 가격 하락과 작년 동기대비 휘발유값이 떨어진 것이 소비자물가 급락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일본의 소비재 상품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올해 4∼7월까지 전국 슈퍼마켓의 식료품과 일용품 6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60%인 34개 품목의 가격이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 부진이 지속되자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이는 기업 실적악화로 연결되면서 성장 둔화를 촉진해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는 지난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4차례의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132조엔을 쏟아부었지만 투자.소비회복→생산증가→고용증가→성장회복의 선순환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기력을 찾으면서 성장률 추락은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2.8%, 내년은 플러스 0.9%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 상황이 그다지 개선되기 어렵다는 예고다.

일본 정부는 내년 이후 2% 정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 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