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끄떡없다던 럭셔리(최고급) 자동차가 고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럭셔리카 판매가 급감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이 고급차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2005년 미국 전체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던 럭셔리카 점유율은 올 7월 15.6%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럭셔리카 판매는 전년 대비 21% 감소해 전체 자동차 판매 감소율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연비 좋은 소형차 개발로 방향을 속속 전환하고 있다. GM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캐딜락'은 2011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소형차를 내놓기로 계획을 세웠다. 럭셔리카의 지존인 도요타 '렉서스'는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소형 컨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BMW는 V12 엔진이 장착된 슈퍼 럭셔리 모델 'CS' 출시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대신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첫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기로 했다. 폭스바겐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아우디'는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연비가 높은 디젤엔진을 탑재한 'A3' 해치백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고급화에 사활을 걸던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잇따라 소형차에 눈을 돌리게 된 건 경기침체의 여파가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작고 탄소 배출이 적은 실속형 소형차로 이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일부 자동차업체 경영진들은 "부유한 소비자들조차 럭셔리카의 전형인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인 소형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업계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5만달러짜리 럭셔리 세단을 팔았을 경우 완성차업체가 1만달러를 쥔다면 2만달러짜리 콤팩트카를 판매했을 때 순익은 고작 수백달러에 그치기 때문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