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한국 경제 곳곳에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일부 경제 지표는 위기 전보다 오히려 나은 것으로 나타나 `경기과열(오버슈팅)'에 대한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이미 바닥을 벗어나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 회복 궤도에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장엔진이 계속 작동해 궤도를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시장 `훈풍'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빨간불 일색이었던 경제지표들이 최근 다시 파란불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개선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달 24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1,6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월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5월 이후 넉 달가량 1,200원대에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시중금리는 경기 회복을 반영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에 대한 신용위험도 크게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4일 122bp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 8월29일 116bp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DS란 채권이 부도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 금융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클수록 수수료 격인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10월 27일에는 699bp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이달 6일 210bp까지 떨어져 지난해 9월 12일 201bp 이후 가장 낮았다.

◇실물경제 곳곳에 `청신호'
실물경제도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2.3%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의 2분기 평균 성장률이 0.0%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성장률은 속보치(2.3%)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 성장률도 전망치(0.3%) 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3분기 성장률 목표치를 1%로 잡았지만 확장적 재정 정책 수단이 거의 소진돼 목표 달성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제가 예상외로 강하게 치고 올라가면서 1% 이상 성장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당초 3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측했지만 1%를 넘을 것 같다"면서 "한 달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1%, 작년 동기 대비로는 -1.7%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 뒤 "경기 회복 속도를 보면 과열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3분기 기업실적도 `승승장구' 전망
2분기에 `깜짝 실적'을 올렸던 기업들은 3분기에도 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주요 231개 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분기 실적 추정치를 보면 3분기 순이익은 17조1천847억 원으로 2분기의 15조9천351억 원보다 7.84%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6조3천941억 원으로 3분기보다 4.6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의 순이익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개선 추세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50% 이상 증가하고 4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주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이 2분기부터 크게 개선돼 2007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며 "올해 3분기와 4분기의 기업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3분기와 4분기와 비교하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며 "다만 4분기 실적은 연말 결산인 만큼 3분기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 빠른 회복 왜?
한국 경제가 유독 빠르게 위기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정책 그리고 원화강세 등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 한국 경제가 2.3%의 깜짝 성장을 기록한 것도 승용차 세제혜택과 재정지출 덕분이었다.

경제성장을 이루는 한 축인 민간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연초에 팽배했던 공황심리가 안도감으로 바뀌면서 경제주체들도 소비와 투자활동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 심리지수(CSI)는 2002년 3분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효과나 물가안정 등을 감안할 때 소비는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가 상당 부분 위축됐지만 금융시장 안정과 수출 및 생산 증가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앞으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추석을 전후해 내수가 크게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경제회복 속도가 계속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대내외적인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V자로 회복하기는 어려우며, 해외 경제 여건이나 정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