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해 전자결제 솔루션 벤처업체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SK텔레콤이 제공하고 있는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가 특허기술을 도용한 만큼 특허 침해를 중지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SK텔레콤은 즉각 특허심판원에 지난해 10월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최근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의 손을 들어줬다. SK텔레콤은 항소로 맞서 양측의 법정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기업에 대한 벤처 · 중소기업의 특허권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 기업이나 국내 라이벌 대기업들만 대기업을 특허소송 대상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벤처 ·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추세다.

26일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간에 벌인 특허심판 건수는 2006년 202건에서 2007년 233건,2008년 262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승소율도 2006년 51.5%에서 2008년 55.5%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들이 골리앗의 덩치에 두려워하지 않고 법을 무기로 거세게 도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측 간 분쟁이 많은 분야는 특허 기술이 많은 정보기술(IT) 산업.임팩트라 엔엠씨텍 등 벤처기업들은 4년간 삼성전자를 물고 늘어졌다. 휴대폰 액정화면을 수직 · 수평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사의 일명 '가로본능폰'과 관련한 분쟁이었다. 삼성은 총력을 기울여 간신히 최근 승소를 확정지었다.

전통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도 특허분쟁이 늘고 있다. 문틀 제조 중소기업인 라미우드는 대형 건설사 5~6개 업체를 상대로 지난해 자사 '조립식 문틀' 실용신안에 대한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해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로부터 사용료를 받아냈다. 이 회사는 삼성물산과의 항소심 분쟁에서 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일부 벤처 · 중소기업은 특허사용료 수입으로만 영위하는 '특허괴물'의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라미우드는 2005년 폐업해 명목상의 법인만이 남아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강하게 달려드는 중소기업들의 기세에 떤다. 소송에서 지면 수백억원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합의로 끝내는 경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휴대폰 한글 입력 방식인 '천지인' 기술을 둘러싸고 특허권자인 디지털네임즈와 9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벌인 끝에 최근 합의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대기업들은 특허소송에 시달리면서 특허관리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 250여명이던 특허관리 인원을 올해 540여명으로 늘렸다. 또 소송에 걸리기 전에 상대 특허를 무효시키거나 권리범위확인심판(자사 기술이 상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받는 심판)을 적극 제기하는 추세다.

임도원/김현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