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땐 비즈니스 세계의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라이벌이 버텨내지 못할 경우 살아남은 기업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빛을 발한 불황 속의 승자기업을 소개하며 △평소 넉넉히 쌓아놓은 현금 △경쟁사보다 앞선 위기대응 △공격적인 경영전략 등을 공통된 특징으로 꼽았다.

◆"라이벌의 실패는 나의 기회"

미국 생명보험사인 뉴욕라이프는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순보험료와 연금납입액) 기준 업계 9위에서 2위로 급부상했다. 뉴욕라이프도 금융위기로 지난해 35억달러의 투자손실을 입는 등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막대한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AIG 등 경쟁사에 비해선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자본이 탄탄했다. 평소 보수적인 투자원칙을 고수해 온 덕분이었다. 뉴욕라이프는 구제금융을 받은 AIG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탄탄한 자본력과 높은 신용등급(AAA)을 홍보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광고를 늘리고 연금상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세일즈맨도 추가로 고용했다. 그 결과 뉴욕라이프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6%에서 지난 1분기 5.4%로 증가,AIG 하트포드파이낸셜서비스 링컨내셔널 등 경쟁업체를 누르고 메트라이프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가정용품 유통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ed Bath & Beyond)는 라이벌업체인 리넨엔싱즈(Linens 'n Things)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케이스다. 경쟁사인 리넨엔싱즈는 부채가 많아 재정적으로 약점이 있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리넨엔싱즈가 100개 핵심 매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략을 쓰자 정면으로 맞불 작전을 폈다. 대대적인 가격할인과 쿠폰서비스 등 경쟁사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했다. 결국 리넨엔싱즈는 파산했고 이후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홍수처럼 쏟아붓던 쿠폰을 줄였다. 지난 1분기(2009년 3~5월) 해당업계 전체 매출은 13% 줄었으나 이 회사의 매출은 2.8% 늘었다.

◆든든한 현금이 뒷받침 돼야

공격적인 경영도 돈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경기침체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위기 전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경우가 많다. 미 자동차업계 '빅3' 중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포드는 2006년 자동차 로고를 비롯해 값나가는 거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235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해 놨다. 급진적인 시도였지만 신용경색이 닥치자 쌓아 놓은 유동성은 진가를 발휘했다. 경쟁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을 내자 소비자들에게 '독자생존'이란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포드의 미국 시장점유율(소매판매 기준)은 지난 10개월 중 9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위기 조짐을 알아차리고 재빠르게 대응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택업체인 톨 브러더스는 지난 2006년 중반 이미 토지 매입을 중단했다. 덕분에 현금을 쌓아두고 부동산값이 폭락한 후 저가매수 기회를 노릴수 있게 됐다. 또다른 건설업체인 렌나도 일찍 주택판매 가격을 내려 현금을 확보했다. 렌나는 지난 2007년 부동산 시장이 한창 붐일때 매각했던 캘리포니아 택지를 최근 80% 이상 싼 값에 재매입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낸시 코엔 교수는 "불황엔 경쟁자가 사라진 자리를 남보다 잘 공략하는 기업이 결국 승자"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