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가 지금보다 10~15% 저렴하지만 해약시 환급금이 없는 생명보험 상품이 내년부터 나온다. 암보험은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나면서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년 1월이나 4월부터 보험을 중도 해약할 경우 기존에 낸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는 대신 보험료 수준을 낮춘 새로운 상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상반기 이 같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금융위에 제출해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회사들은 보험의 종류와 가입기간에 따라 해약할 경우 일정액을 돌려주고 있다. 이에 따라 무해약환급금 상품이 허용될 경우 보험료는 지금보다 최대 10~15%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우선 건강보험과 정기보험(보험기간이 정해져 있는 사망보험) 등 가입기간이 짧고 환급금이 적은 순수보장성 상품에 한정해 무해약환급금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저축성보험과 종신보험 등 해약환급금이 큰 보험에 대해서는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순수보장성 보험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중도 해약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싸다면 새로운 수요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해약환급금 보험은 보험료 인하를 통해 소비자의 상품 선택 폭을 확대시키고 보험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불완전판매 우려 등 잠재된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암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생명보험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동양생명은 오는 31일자로 '수호천사홈케어암보험' 판매를 종료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사망보험을 주계약으로 하는 보험에 특약형태로만 암보험을 덧붙여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AIA생명은 정기형 상품인 '원스톱암보험II'와 '평생보장암보험'을 지난 19일자로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오는 9월1일부터 10년 갱신형 암담보가 포함된 새로운 CI(치명적질병)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암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금호 라이나 신한 미래에셋생명 등 4개사만 남게 됐다. 현재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2006년부터 암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보험사들도 매년 보험료를 높이거나 보장내용을 축소해왔다.

보험사들이 암보험 판매를 중지하거나 갱신형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암발병과 진단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전체 암발병률은 3.3명당 1명 꼴에 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