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을 둘러싸고 노사 간 극단적인 갈등을 겪어온 금호타이어가 25일 오전 4시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반복적인 태업과 파업을 통해 10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직장폐쇄란 초강수를 둔 것은 공장 점거파동으로 떠들썩했던 1994년 이후 15년 만이다.

◆제2 쌍용차 사태 가능성

금호타이어가 '직장폐쇄' 카드를 꺼낸 것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신호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상 위기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누적돼 온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파업 위협으로 2004년 18.2% 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2005년 11%,2006년 12.6%,2007년 8%,2008년 7.6% 등 지난 5년간 평균 11.5%의 인상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평균 임금이 2004년 대비 71.6% 올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조는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이날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고용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정치세력과도 강력히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장을 77일간 점거한 끝에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간 쌍용자동차 사태를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호타이어 노사는 교섭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이번 직장폐쇄는 쟁의행위 중단 조건부이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 공장을 즉각 재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임금 인상 vs 정리해고

금호타이어 노사교섭의 쟁점은 정리해고가 아니라 임금 인상이다. 사측은 당초 협상 과정에서 임금 동결 및 복지혜택 한시 중단,인력 재배치 등 7개 항을 제시했다. 2004년부터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한 끝에 지난해 영업적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는 1042억원,당기순손실이 222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임금 7.48% 인상 및 성과급 지급안을 고수하자 정리해고 추진으로 맞섰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생산직 중 30%가 8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일 정도로 기형적인 경영구조가 고착됐다"며 "노조가 임금 동결과 생산성 향상 등을 받아들이면 정리해고 추진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 직후 열린 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작년 추가 성과급 요구안을 철회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특근 감소에 따른 임금 하락분을 보전하라고 주장,협상이 결렬됐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보전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