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은행들의 부실채권이 경기회복 기대감에 부푼 유럽연합(EU) 경제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8월24일자)는 유럽 부동산시장 침체와 부도기업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유럽 각국 주요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아직도 줄지 않고 있고,처리 진행속도도 매우 더딘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2007~2010년 EU 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최소 6490억달러(약 809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 가운데 약 43%인 2810억달러가 아직 상각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연방은행협회(FAGB)의 안드레아스 슈미트 회장은 "신용붕괴 위험이 결코 또다시 현실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앞으로 2년간 은행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파산과 악성부채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럽 내 기업 부도가 향후 더 늘 것이란 전망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유럽 투기등급 회사의 지난 2분기 부도율이 약 10%를 기록했으며,올 4분기엔 15.0%로 치솟고 내년 2분기까지도 12.5%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 위험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차후 손실에 대비해 적립해 두는 대손충당금 부담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동유럽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대한 부실대출로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던 스웨덴의 스웨드방크는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 규모가 전년 동기의 19배에 달했다. 사실상 국유화된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디폴트 위기까지 갔었던 아일랜드의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도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전년 동기보다 각각 5배,17배까지 늘렸다.

EU 집행위원회는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내년 말까지 자발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를 실시,부실채권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후속 대책이 미흡할 경우 시장 불안은 더 고조될 것이란 논란이 거세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