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에서 벗어나 새 출발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 자회사인 오펠 매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GM이 오펠을 마그나 또는 RHJ인터내셔널에 팔지 않고,대신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정부로부터 약 30억유로의 자금지원을 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등 유럽 지역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할 때 오펠을 매각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GM은 올 2월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보유한 GM유럽이 판매부진으로 33억유로(약 47억달러)의 자금수혈을 호소하자 오펠 · 복스홀 매각을 추진했다.

GM은 미국과 유럽 정부의 중고차 보상제도에 힘입어 매출이 늘면서 경영 상황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중국 내 판매도 급증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해고자 1350명을 복직시키고 하반기 생산 목표를 6만대 늘려잡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오펠 처리와 관련,GM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외에 지분 계속 보유나 청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27일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ZDF TV와의 인터뷰에서 "오펠 직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긴박하다"며 "GM이 이번 주 내에 오펠 매각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독일 정부는 RHJ보다 상대적으로 독일 근로자 감원 규모가 적은 마그나의 인수를 지지하며 45억유로의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오펠은 독일 내 5개 공장에서 2만5000명의 독일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GM은 다음 달까지 이사회를 열지 않을 예정이어서 오펠 매각 협상은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