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친환경·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대형 가전제품에 내년부터 5%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999년 전면 폐지한 지 10년 만에 다시 부활하겠다는 것이다.가전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자동차에 대해선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대용량 제품에만 과세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점에서다.

◆어떤 제품에 얼마가 붙나

정부가 밝힌 과세 대상은 에어컨,냉장고,TV,드럼세탁기 등 4개 품목 중 에너지 소비량이 일정기준 이상인 제품이다.세부 기준은 나중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TV는 50인치 이상,에어컨은 25평형 이상,냉장고는 700ℓ이상,드럼세탁기는 17㎏(세탁용량) 이상이 유력해 보인다.정부는 당초 에너지효율등급을 기준으로 과세품목을 정하기로 했으나,저효율 제품의 대다수가 서민들이 많이 구입한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량 기준으로 바꿨다.적용세율은 개별소비세 5%다.여기에 더해 개별소비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붙기 때문에 실제로는 출고가격의 6.5%에 해당하는 세금이 매겨지는 셈이다.이에 따라 대용량 가전제품 가격은 약 30만원 오를 전망이다.품목별로 보면 55인치 LCD TV 가격이 480만원에서 511만원,760ℓ짜리 양문형냉장고는 265만원에서 282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연내 과세 품목을 정한 뒤 내년 4월1일 공장 출고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출고일 기준이기 때문에 대형 TV를 4월2일에 샀더라도 3월 말에 출고됐다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시행시기는 2015년 3월31일까지 5년간이다.재정부 관계자는 “개소세 부과로 거둔 세금은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시설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하는 재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강력 반발

이같은 정부 방침에 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가전업체들은 먼저 과세대상을 에너지효율이 아닌 대용량으로 정한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A전자업체 관계자는 “고용량 가전의 대부분은 에너지효율이 1등급인데 이들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무슨 저탄소·친환경 정책이냐”고 반문했다.B전자업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팔린 양문형냉장고의 70%가 700ℓ급이고 상당수 가정에서 50인치 이상 TV를 사고 있다”며 “무조건 사용량이 많다고 해서 개소세를 부과하면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역차별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자동차 업계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노후차 교체시 세제지원 등을 해주면서 중산·서민층이 많이 구입하는 가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태명/송형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