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양대 재벌 간 100억달러 분쟁으로 인해 사우디 경제회복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재벌그룹인 아흐마드 하마드 알 고사이비 앤드 브라더스(AHAB)와 사드그룹이 법정소송까지 가는 분쟁을 벌이는 바람에 최대 2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의 상환여부가 불투명해지고,이에 따라 사우디 민간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고 있다. 두 그룹을 이끄는 가문은 서로 혼인관계로 맺어져 있는데 지난 5월 두 그룹 모두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했고 서로 상대방 그룹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두 재벌 간 갈등은 법정소송으로 까지 번졌다.

AHAB는 마안 알 사네아 사드그룹 회장이 금융사기를 쳤다며 최근 뉴욕법원에 제소했다. 알 사네아 회장이 서류를 조작해 부당하게 100억달러에 달하는 AHAB의 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사네아 회장의 부인은 AHAB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아브델라지즈 알 고사이비의 딸이다. WSJ는 사우디 은행들이 두 그룹에 얼마를 빌려줬는지를 공개하지 않아 분쟁으로 인한 손실액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100여개의 사우디와 글로벌 은행이 100억~200억달러의 자금을 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WSJ는 이 두그룹의 분쟁이 사우디의 은행산업뿐 아니라 경제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은행들의 민간 대출은 지난 7개월 중 5개월 동안 감소했다. 사우디는 민간기업의 약 90%가 가족그룹이다. 민간분야에 대한 대출이 줄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사우디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0.5%에서 -1%로 낮췄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