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해 가정이 파탄나거나 삶이 망가지는 사람들이 좀체 줄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평소 신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 급증은 이미 단순한 경제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민간 금융기관도 자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런 사후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신용관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기 신용관리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땀과 돈의 가치'를 알게 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길러줘 어른이 되었을 때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학생들은 어려서 신용관리에 별 관심이 없고 신용도도 모두 우량할 것"이라며 "하지만 젊고 신용 상태가 좋을 때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생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도는 장기간 개인의 경제생활을 좌우하지만 단기간의 부주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본인의 신용정보를 평소에 확인하고 관리하는 '신(信)테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3800만명의 개인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최근 3년간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한 사람은 112만명에 불과하다. 경제활동인구(2466만명)로만 놓고 보면 전체의 4.5% 정도만 개인신용을 확인하고 관리한다는 의미다.

또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지난해 수도권 소재 16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2680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을 측정한 결과 평균점수는 57.5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2007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이해력 평가에서도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5점,2006년 고등학생의 금융이해력 평균 점수는 중학생보다 7.3점 낮은 48.2점에 불과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규 교육과정이나 가정교육에서 학생들에 대한 신용관리 교육 체계가 전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신용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최소 주 1~2회 이상 개인신용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특히 1949년에 설립된 NCEE(전국경제교육연합회)는 전국 대학과 연계해 매년 12만명의 각급 학교 교사와 700만명의 초 · 중 · 고교 학생들에게 개인신용관리 등 경제 ·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역시 범국가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감독기관인 영국재정청(FSA)이 직접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해 청소년부터 성인 · 노년층까지를 대상으로 신용관리 교육을 진행한다. 영국 교육당국도 민간단체와 함께 유치원생부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까지 4단계에 걸친 금융 ·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홍성표 신복위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신용관리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신용불량자 구제와 회복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맡더라도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정치 ·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결 기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당장의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용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특히 조기 신용관리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