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는 왠지 도로에 착 감겨 달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비단 같은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렉서스류의 고급 일본차들과는 또 다른 맛이다. 아우디의 투어링 쿠페 모델인 'A5'는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독일차의 전형이다. 단거리 육상 스프린터가 출발선에서 지지대를 밟고 튕겨나가듯,A5는 도로 구석구석을 꾹 눌러 밟고 그 힘으로 멀리 뻗어가는 느낌을 준다.

멀리서 보는 순간 쿠페 특유의 매끈한 옆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정면부는 대형 공기 흡입구,역사다리꼴 모양의 그릴 덕분에 살짝 거만해 보인다. 근육질의 어깨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옆으로 돌아서면 후면부로 갈수록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곡선이 나타난다. '개미 허리'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외관에 빠지지 말자'며 애써 외면해 보지만 '역시 아우디'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곡선로를 질주했다. 배기량이 2000cc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력적이다. rpm이 2000을 살짝 넘었는데도 시속 140㎞에는 금세 다다른다. 국내 도로 사정상 제한속도를 210㎞까지만 둔 게 아쉽다. 국내 도로에선 어차피 이 정도의 속도로 다닐 일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추월의 힘.강력한 토크를 자랑하는 아우디 엔진답게 어떤 차량이든 쉽게 제칠 수 있다. A5가 출발부터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9초에 불과했다.

아우디 A5에는 가솔린 직분사 FSI에 터보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2.0 TFSI 엔진이 장착됐다. 가솔린 직분사 FSI 엔진은 지옥의 레이스로도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6회 출전,5회 우승의 신화를 일궈냈다.

색다른 주행 재미를 선사하는 장치도 있다. 컴포트,자동,다이내믹,개인맞춤형 등 네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다이내믹'을 선택하면 도로의 굴곡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도심 주행에선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고 낮은 차체의 쿠페를 끌고 '오프로드'를 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쿠페답지 않게 제법 실내 공간도 넓다. 전장이 4625㎜로 BMW 320i의 전장(4531㎜)보다 길다. 높이는 낮지만 차폭도 1854㎜로 비슷하다. 뒷자리에 타는 사람은 세단만큼 편안함은 못 느끼겠지만,무릎을 굽히고 타야 하는 번거로움만은 어지간히 키 큰 사람이 아니면 피할 수 있다. 455ℓ의 트렁크에는 폭 1m의 큰 물건도 실을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