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올라가는 역사 출구.계단 한켠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이라고 제목이 적힌 전단지가 쌓여 있었다. 한 법무법인에서 발행한 이 전단지에는 통합도산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개인파산을 하면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전했다.

계단을 올라 길가에 비치된 생활전단지를 펼쳐 들자 여기서도 '100% 면책''수임료 최장 6개월 분할 납부가능' 광고가 눈에 띄었다. 걷다보니 차도에 사람 모양을 한 돈이 채무자의 목을 조르는 그림의 파산 및 회생업무 광고가 실린 버스가 지나갔다. 법원 주변 법무법인 사무실에는 관련 업무를 선전하는 간판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김상길 신용회복위원회 선임은 "파산업무에 뛰어드는 법무법인이 늘면서 사회가 파산을 권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이 경쟁을 벌여 브로커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파산 또는 회생신청 후 받게 되는 불이익을 이야기해주지 않고 '빚 안 갚아도 된다'는 식으로 좋은 점만 과장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생의 경우 '매달 변제금을 10만원만 내면 된다'고 꼬드기지만 실제로는 40만~50만원을 내도록 법원 결정이 나 회생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회생 및 파산 관련 수임료는 서울의 경우 변호사가 100만원 선,법무사는 절반 수준인 40만~50만원 선이며 지방은 이보다 다소 비싸다. 브로커들은 서류 접수만 되면 나중에 일절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칫 수임료 등 비용만 날리게 되는 셈이다. 파산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오민석 법원행정처 민사정책심의관실 판사는 "신청인들이 개인파산을 하면 개인회생을 졸업하고서도 7~10년간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아예 브로커들이 사건 수임뿐만 아니라 업무 자체를 전담하는 경우도 많다. 권순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판사는 "일부 변호사들이 명의만 빌려주고 브로커와 7 대 3 정도로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실제로는 없는 빚을 추가로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재산을 감춰 파산을 받아내기도 한다. 검찰은 지난 6월 3000만원의 빚이 있는 채무자에게 수천만원의 빚이 더 있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법원에 넘겨 파산신청을 받아내는 등 불법행위를 한 법조 브로커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악용하면서 서민 금융권이 피해를 보고,그 결과 서민들이 점차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브로커들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려면 법무법인에 서류만 떼주지 말고 직접 방문해 담당 법무사나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며 "미리 신용회복위원회나 법률구조공단에서 상담을 받아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해성/서보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