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후퇴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멀고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1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가진 FRB 연례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경제가 수년간의 침체 끝에 안정을 찾고 있으며 단기간 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공식석상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2007년 3월 이후 처음으로,지난해 9월 신용위기가 터진 뒤 FRB가 내놓은 경제진단 중 가장 낙관적이다.

그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소비자와 기업은 여전히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신용시장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경제진단과 관련,신중한 낙관론을 제시했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패널 토론에서 "그린 슈트(green shoot,경기 회복의 초기 신호)만으로 전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하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MIT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스탠리 피셔 뱅크오브이스라엘(BOI) 총재도 "회복에 대한 고무적인 징후들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관에 비춰볼 때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이뤄진 양적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 전략'을 당분간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