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스페인 사회당 정부가 그동안의 감세 정책에서 벗어나 부자들의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호세 블랑코 스페인 공공사업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회복지나 공공투자를 위해 특정 세금의 세율을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래야만 한다”며 세금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그는 특히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여유있는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스페인의 보수야당은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산층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재정상태가 가장 급속히 악화된 국가중 하나다.지난 2007년엔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의 재정흑자를 나타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줄고 지출이 급증하면서 올해는 GDP의 10%가 넘는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다.재정지출이 급증한 이유중 하나는 실업률이 유럽 최고 수준인 18%까지 치솟으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적으로 공공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유세 폐지를 주도했던 관료들은 지난 6월말 세금을 급격하게 올릴 필요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미 연료세와 담배세가 인상됐다.기업 경영자들은 조만간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도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스페인 정부도 올해 경제가 4% 이상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소비를 저해할 세금 인상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지출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