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팀 = 현대가(家) 3세인 정의선(39) 기아차 사장이 21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다른 재벌가 3세들의 경영 참여 현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일부 재벌가 중에는 정 부회장과 같이 이미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배치된 곳도 있고, 일선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담금질에 들어간 3세들도 적지 않다.

◇경영 전면에 포진한 3세 누가 있나 = 재벌가 중 두드러지게 보폭을 넓히는 정 부회장은 39살의 나이로 그룹 내 최상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부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입사 1년 만인 2000년 현대차 이사,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려 10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오를 기반을 이번 인사로 확실히 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삼성가에 뿌리를 둔 신세계그룹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이자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41)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1995년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그룹 총괄담당 상무와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 3년여간 새로 개설한 이마트 점포를 하나도 빠짐없이 둘러보고, 기자간담회 등 대외적인 활동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이미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두산은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인 박용현 회장이 형들에 이어 그룹 회장에 앉은 가운데 4세대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4세대 대표주자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47) 두산건설 회장으로 그는 4세대 중에서 처음으로 회장 반열에 올라 그룹 내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44) 두산중공업 사장도 지난 3월 ㈜두산의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박용현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박태원(40) 두산건설 전무와 박형원(39)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현준(41) 현문(40) 현상(38) 씨가 2007년부터 각각 ㈜효성 사장과 전략본부 부사장과 전무로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32) 현대U&I 전무가 어머니 현정은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미 3세인 정지선(37) 씨가 회장에 오른 데 이어 동생 정교선 (35)씨도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권 승계 `초읽기' 3세는 누구 = 정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떠오른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은 경영권 문제가 걸려 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이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마무리되면서 이 전무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삼성은 지난해 특검 수사와 이어진 재판 등으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자 계열사 독립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 전무는 이런 상황에서 그룹 경영 현안에 깊숙하게 관여하기보다는 외국의 주요 거래처와 만나며 경영 수업을 받는 모습을 보이는 등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지난 96년의 에버랜드 CB 발행을 계기로 이 전무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에 그가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의 두 딸인 부진(39) 서현(36) 씨도 각각 호텔신라 전무와 제일모직 상무로 활동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경영일선에 배치돼 있다.

맏딸인 조현아(35) 상무는 1999년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한 뒤 현재 대한한공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장남인 조원태(33) 상무는 지난해 8월부터 대한항공 핵심부서인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최근 파리 에어쇼 행사장 및 취항식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고, 셋째 현민(26) 씨는 대외 홍보업무를 책임지는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을 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그룹 회장과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지난달 `형제의 난'으로 물러나면서 30대인 3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의 장손이자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인 박재영 씨가 그룹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세창(34) 씨가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를 맡고 있다.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31) 부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에서 박 상무가 있는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기며 전진배치됐고, 박찬구 전 회장의 아들 박준경(31) 씨는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래를 꿈꾸는 재벌가 3~4세 = 재벌가 3~4세 중 아직 나이가 어려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미 3세 경영 체제인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인 4세 광모(31) 씨가 차세대 그룹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LG전자에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함께 4세 경영이 진행 중인 GS그룹도 허창수 회장의 아들 윤홍(30) 씨가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은 채 GS건설 과장으로 재직 중이고, CJ 이재현 회장의 아들 선호(19) 씨도 공부 중이다.

SK그룹 2세인 최태원 회장의 장남 인근(14) 군과 두 딸은 학생이다.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의 자녀는 현재 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장남 본웅(30) 씨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남호(34) 씨도 아직 경영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장남 동관(26) 씨는 조만간 그룹에 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