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고시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실제 영업창구에서 적용하는 금리가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낮은 고시금리로 발길을 끈 후 창구에서는 높은 금리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게 고객들의 주된 불만이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최근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대출금리도 따라 오르자 고객들이 느끼는 은행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다만 고금리 시절의 마케팅 관행을 초저금리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창구만 가면 높아지는 대출금리

21일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고시금리는 연 2.71~4.41%다. 하지만 실제로 창구에 가면 절대로 이런 금리로 대출받을 수 없다. 창구에서 적용되는 금리는 연 4.95~5.65%다. 적게는 0.54%포인트에서,많게는 무려 2.94%포인트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만약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고시금리를 적용하면 연간 271만~441만원의 이자를 내면 되지만 실제로는 495만~565만원의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연 3.0~4.6%가 고시금리지만 실제로는 4.6~5.7%를 내야 한다. 우리은행도 기존 대출자에 대한 고시금리가 연 3.4~4.7%이지만 신규 대출자에 대한 창구금리는 5.0~5.8%다. 하나은행도 고시금리는 연 3.97~5.47%이지만 창구금리는 5.0~5.6%에 달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들이 낮은 고시금리를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여 비싸게 대출하는 '편법 영업'을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산정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왜 은행들은 창구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금리를 그대로 고시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일단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신한은행을 예로 들어보자.이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하는 기준은 3개월물 CD금리(21일 현재 2.5%)에 연 2.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 숫자다. 21일 기준으로는 연 4.6%다.

하지만 이 금리 그대로 대출받는 경우는 드물다. 각 지점의 지점장들이 재량껏 금리를 감면해줄 수 있고 가산금리를 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들에게 감면해주는데 신한은행의 경우 최대 연 1.6%포인트까지 금리를 깎아줄 수 있다. 또 고객의 신용도가 낮거나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는 경우에는 가산금리가 붙는다. 신한은행은 지점장이 전결로 붙일 수 있는 가산금리의 최대치가 연 1.1%포인트다. 따라서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범위는 'CD금리+0.5%포인트~CD금리+ 3.2%포인트'가 된다.

국민은행도 비슷하다. 이 은행은 CD금리+1.96%포인트를 기준으로 최고 우대 폭은 1.7%,최대 가산 폭은 1.6%다. 따라서 'CD금리+0.26%포인트~CD금리+3.56%포인트'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결정된다. 같은 금액의 대출이라도 고객에 따라 3%포인트 넘게 금리가 차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고금리는 고시금리에서 제외

문제는 은행들이 그동안 금리를 고시할 때 최대로 감면해줬을 때의 최저금리와 기준금리만 고시해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경우 'CD금리+0.5%포인트~CD금리+ 2.1%포인트'를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고시해왔다. 가산금리가 붙은 최고금리는 고시 내용에서 뺐다.

이는 과거 CD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상황에서 각 은행 지점들이 경쟁을 위해 금리 감면을 많이 해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각 은행 지점장들은 인근의 경쟁은행 지점과 자산확대 경쟁을 벌이기 위해 최대한 저렴하게 대출해줘야 했고,CD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이자를 깎아줄 여력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가산금리가 붙어 대출이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규정상에만 있던 최고금리를 고시에 포함시키면 고객들에게 '너무 비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할인된 금리만 고시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지난해 연 5~6%에 달하던 CD금리가 올 4월 2.41%까지 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들의 수익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지점들의 화두는 자산확대에서 수익성으로 바뀌었다. 결국은 낮은 CD금리에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 수익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시금리는 과거처럼 최저금리만 고시하다 보니 실제 창구금리와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고시금리는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적용된 금리고,창구금리는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로 보면 된다"며 "갑자기 CD금리가 급락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마케팅 관행을 고수하면서 고객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심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여론이 악화되자 우리,신한 등 일부 은행은 최근 고시금리에 최저금리와 최고금리를 모두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