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미국을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인터넷 분야의 스타트업(초기 단계의 벤처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부터 정보기술(IT)의 본고장격인 미국,특히 실리콘밸리를 겨냥하는 이유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모바일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어 모바일과 웹을 연계한 유무선 연동 서비스에 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웹 서비스 기반도 무척 넓은 편이다. 최근 경제 회복세를 타고 투자자들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고 협력업체를 찾기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행 '러시'

가장 대표적인 곳은 파프리카랩.프로게이머 출신의 김동신 대표가 지난 2007년 말 설립한 파프리카랩은 소셜웹게임(다운로드하지 않고 웹 상에서 즐기는 게임)을 개발,미국 시장에 도전한다. 올 연말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화상 인터뷰를 한 다음에 PC에 바로 저장하고 인터뷰 동영상을 웹에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토쿠(Wetoku) 역시 올 하반기 미국을 겨냥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큐박스는 아예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권이안 대표는 2006년 창업 당시 한국에 본사를 두고 미니홈피 배경음악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2007년 9월 한국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갔다. 큐박스는 유튜브,페이스북 등에서 음악을 검색하거나 자신만의 음악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6월 시작했고 올 하반기 두 번째 버전을 선보인다.

스팟엔진은 한국과 미국의 고등학생 4명이 뭉친 특이한 케이스다. 만 16세 고등학교 1학년생 오규석군이 대표로서 기획을 맡고 있으며 미국인 고등학생 3명이 개발 및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스팟엔진은 유무선연동 위치기반서비스(LBS)를 개발,3분기 중 성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NHN에서 게임 개발자로 근무하다 창업한 이정웅 대표의 선데이토즈는 기획 단계부터 '미국에서 통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전문 게임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게 한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판'을 제공하고 그림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스케치판도 올 하반기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유치에 전력

이들이 미국에 바로 진출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투자를 유치할 기회가 더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7월 산업생산 지표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골드만삭스가 '미국 경기 침체 종료'분석 보고서를 내는 등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에겐 호재다.

실제 창업 초기 단계인 이들 업체는 투자자나 제휴 업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파프리카랩의 경우 최근 투자회사 두 곳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지만 해외 진출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바일과 SNS의 기회를 잡아라

돈 문제뿐 아니다.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미국쪽이 훨씬 많다고 판단한다. 지금 인터넷 분야의 화두는 모바일과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지만 두 분야는 유독 한국에서 취약하다.

특히 아이폰,블랙베리 등 다양한 기기를 바탕으로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된 미국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다양하다는 것도 이들 스타트업에게 좋은 여건이다. 선데이토즈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대학생 중심인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게임 콘텐츠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