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5% 가까이 급등했다.

19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23달러(4.7%) 오른 배럴당 72.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11일 이후 두 달 만의 최고가다. 런던 국제거래소(ICE)의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1.86달러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던 WTI는 미국 원유 재고 데이터가 발표되자 70달러 선을 훌쩍 넘어섰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 원유 재고가 3억4360만배럴로 전주보다 840만배럴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원유 재고가 13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로이터의 전문가 예상치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유가는 급등했다.

달러화 약세도 유가를 부추겼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는 78.53으로 전날에 비해 0.48% 하락했다.

지난주 큰 폭의 원유 재고 감소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오며 더 많은 원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재고 감소가 상당 부분 원유 수입 감소에서 비롯된 까닭에 아직 그렇게 보기에는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주 원유 수입은 811만배럴로 하루 141만배럴이 줄어 작년 9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미국의 에너지거래 업체인 트래디션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애널리스트는 "유가 강세는 수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속되기 어렵다"며 "아직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IA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원유 정제제품의 소비는 1년 전에 비해 2.2% 줄어든 상태다. 또 지난주 큰 폭 줄어든 원유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나 많은 것이어서 석유 수요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