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채무 지급보증 M0U도 무시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는 열을 올리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경색에 시달릴 당시 정부와 체결한 대외채무 지급보증 양해각서(MOU)상 중소기업 대출목표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8개 은행의 7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438조8천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2천200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순증 규모는 1월 3조1천억 원, 2월 3조 원, 3월 3조7천억 원, 4월 2조3천억 원, 5월 3조1천억 원으로 2조~3조 원대를 유지하다가 6월에는 1조1천억 원으로 줄었다.

중기대출자산의 매각 및 상각을 감안한 실질 대출규모도 1월 3조6천억 원, 2월 3조2천억 원, 3월 4조7천억 원, 4월 2조3천억 원, 5월 3조5천억 원, 6월 3조1천억 원, 7월 1조 원으로 최근 들어 많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순증 규모는 1월 2조2천억 원, 2월 3조3천억 원, 3월 3조3천억 원, 4월 3조3천억 원, 5월 2조9천억 원으로 월평균 3조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 3조8천억 원, 7월 3조7천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6조3천억 원 늘어난 데 비해 주택담보대출은 22조5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오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실물경제 지원 효과가 있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지난달에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7천400억 원이나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천억 원 이상 늘었다.

이 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소기업 대출잔액을 2조 원이나 줄여 작년 11월 정부와 체결한 대외채무지급보증 양해각서(MOU)상 중소기업 지원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도 상반기 중기대출 실적부진으로 MOU를 충족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기준 중기대출 관련 MOU를 충족했지만 7월 들어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5천억 원 이상 늘리면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천500억 원 줄여 빈축을 샀다.

일부 은행들이 정부와 체결한 대외채무지급보증 MOU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은 MOU 이행실적 미흡 은행에 지급보증한도 축소, 보증수수료 차등적용 등의 불이익을 줄 방침이었으나 정부의 지급보증을 신청하는 은행이 거의 없어 제재 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목표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다만 경영실태평가 때 MOU 이행실적을 점검해 불이익을 주는 등 기타 감독상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홍정규 기자 hojun@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