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올해 말 가계의 채무 부담이 카드대란 시기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늘어나는 가계부채,문제는 없나' 보고서에서 "금융회사 부실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가 가계의 금융부채와 대출금리 등을 종합해 작성하는 '가계신용위험지수'는 지난 2분기 0.59로 1분기의 0.33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4%로 가계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대출 규모는 7.5%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7월까지 사상 최대치인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주택가격 급등기인 2006년 1~7월의 14조원에 비해서도 8조6000억원이나 큰 규모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말 기준 402조원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 2분기(전년 동기 대비 9%)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가계신용위험지수는 1.56으로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2002년 4분기의 1.63에 근접한 수치다.

연구소는 이 같은 대출 증가가 경기침체기에 소득 감소로 인한 가계의 유동성 부족을 일부 보완하고 주택가격 급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회사와 가계가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이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거나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저축률이 하락해 소비 및 투자재원이 감소하고 이는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순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총고정투자율은 2년 후 약 0.38%포인트 낮아진다.

가계대출의 90% 이상이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으로 돼 있어 향후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 13일 연 2.42%에서 19일 2.49%로 일주일 사이에 0.0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는 것을 막으려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제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개인들이 채무 상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