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 소득세 인하로 세금 수입이 당장은 줄어들겠지만 투자 확대와 민간소비 활성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정부의 정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낮은 세율,넓은 세원'이란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조세 부문 '싱크탱크'인 한국조세연구원은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경제위기 이후 조세정책 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법인 · 소득세 인하 예정대로 추진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 조치가 경제성장을 자극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소득세율 인하(과표구간별 2008년 8~35%→ 2009년 6~35%)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소득세율 인하로 지난 1분기 고소득층인 소득 9분위의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실제 소비에 지출한 금액의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올랐다는 것이다. 소득세율 인하가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법인세율 인하(과표구간별 2008년 13~25%→2009년 11~22%)도 기업의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세연구원은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낮추면 투자 활성화를 통해 얻는 경제적 효과는 7조8000억원으로 세수감소분(6조9000억원)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세율 인하에 따른 실질GDP 증대효과(재정승수)가 5년간 0.27에서 10년 뒤 0.4로 높아지고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실질GDP 증대효과도 5년 뒤 0.25에서 10년 뒤 0.8로 높아진다"며 "성장잠재력 확충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내년에 예정된 법인 · 소득세율 인하를 예정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층은 부분적 증세 필요

조세연구원은 법인 · 소득세 인하를 계획대로 추진하되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세수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올 연말로 끝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무차별적 조세지원 제도를 축소하는 대신 연구개발(R&D)이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성형 · 미용수술에 대한 소득공제 등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조세연구원은 다만 중산 · 서민층의 자산 및 소득형성과 관련한 세제지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장기주식형저축 소득공제,퇴직소득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내년 이후까지 연장하고 부부합산 소득 1700만원 이하 취약계층에 연간 120만원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도 지급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