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연내 출시 계획을 최소 내년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새 OLED TV 양산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TV부문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니의 OLED 신제품 출시 지연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경쟁사들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니는 지난 2007년 11인치 OLED TV 'XEL-1'을 세계 처음 내놓았다. 당시 소니의 경영진은 '기술의 소니가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5월 27인치 OLED TV를 1년 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월 후 소니의 전자사업 부문이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소니 TV부문은 지난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1270억엔(약 13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회사 연간 영업적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TV부문은 전체 매출(7조7300억엔) 가운데 16.5%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2500달러에 내놓은 'XEL-1'이 지금까지 몇 대나 팔렸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리서치회사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소니의 11인치 OLED 생산수율이 6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개 패널을 만들면 이 가운데 적어도 4개는 판매가격이 원가에 못미쳐 팔 수 없다는 얘기다. 스트링거 CEO는 TV부문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4월 엔지니어 출신인 주바치 료지 소니 전자부문 총괄사장을 상담역 부회장으로 밀어내고 자신이 직접 전자부문을 챙기고 있다.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린 소니 입장에선 OLED 등 신제품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지만 당장은 수익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WSJ는 소니가 주춤거리는 사이 경쟁사들이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소니의 첫 OLED 'XEL-1'보다 업그레이드된 15인치 OLED TV를 올해 한국과 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1인치 OLED 모델을 공개했다. 일본에선 파나소닉이 OLED T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