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긴밀했던 경제협력(경협) 관계가 조만간 끝나고 양국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7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미국과 중국이 2007년 초반까지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리며 동반 성장을 통해 돈독한 경협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양국 간 수출과 수입,저축과 소비,대출과 차입 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작년 5월부터 1년 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은 18% 감소했다. 지갑을 닫은 미국인들은 저축을 늘리고 있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수출과 통화 등 경제 정책 면에서 미국에 의존해오던 전략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투자와 수출 대상을 옮기려는 현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미국과의 밀월 관계가 곧 종말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잡지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온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수 시장을 좀 더 진작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달러화 대신 유로화와 일본 엔화 보유를 늘려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2027년이 되면 미국과 맞먹는 수준에 이를 것이란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비춰볼 때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오를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지난 6월 미 국채를 9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미 재무부 발표를 인용,지난 6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7764억달러로 전월(8015억달러)보다 251억달러(3.1%)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 규모를 비교적 큰 폭으로 줄인 것은 2000년 10월(4.2%) 이후 9년 만이다.

중국은 지난 4월 미 국채 보유액을 44억달러 줄인 뒤 5월에는 380억달러어치를 사들였으나 지난달 다시 대량 매각,한 달 걸러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인플레 가능성으로 인해 보유 중인 달러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1조270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 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에 1조8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의 4배에 달한다. 지난 10개월 동안 미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는 모두 1조74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줄어들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월 초 중국을 방문,"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며 중국의 미 국채 매입 지속을 요청한 바 있다.

반면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은 6월 346억달러어치를 추가로 사들여 미 국채 보유액이 7118억달러로 늘었다. 영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5월 1638억달러에서 502억달러(30.6%) 증가한 2140억달러에 달해 세계 3대 보유국이 됐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