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케팅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매출 및 수익성 증대에도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재미를 본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기업들이 그린 마케팅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드사의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주니어는 1999년 포드 회장에 취임하면서 20억달러를 들여 미시간주 디어본의 공장 재건축에 착수했다. 그는 3만평에 달하는 주 공장의 지붕을 잔디로 덮었다. 잔디 지붕은 새들을 불러 모았고 빗물을 정화했다. 보온 효과로 공장의 냉 · 난방비도 상당 부분 감소시켰다. 초록빛 잔디 지붕은 포드의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동차의 환경 문제는 제조 단계보다는 실제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핵심 이슈라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포드는 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20억달러를 투자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인 안목의 부재가 그린 마케팅의 실패를 불러온 셈이다.

소비자들의 성향을 세분화하는 시장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을때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바이오 기업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든 식품을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외면당했다. 음식물을 대하는 지역별 인식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린 제품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비싸다. 하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에 맞는 품질 관리에 소홀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만 친환경성을 갖추고 다른 부분은 여느 제품과 비슷하다면 고만고만한 경쟁 상품에 묻혀 버릴 수도 있다. 건강에 좋은 유기농 사과라고 해도 일반 사과에 비해 당도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린 마케팅은 단순히 환경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실패에서도 배울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