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지수 급등..美 달러.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원유 등 상품가격 하락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경제 회복이 당초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일제히 급락했다.

또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지수는 급등하고 미 달러화와 국채 등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산에 자금이 몰려 가치가 크게 오른 반면 유가 등 상품 가격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이에 따라 3월 초 이후 경기회복 낙관론 속에 급등했던 세계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 글로벌 증시 급락 도미노
이날 미국과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는 2%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앞서 마감한 아시아 증시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86.06포인트(2.00%)나 떨어진 9,135.34로 거래를 마쳐 9,100선으로 주저 앉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2.43% 하락한 979.73에 거래를 마쳐 1,000선이 다시 무너졌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930.84를 기록해 2.75%나 빠졌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도 2.51% 떨어진 55,218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는 1.46% 하락한 4,645.01로 거래를 마쳤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2.02% 급락한 5,201.61을,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2.16% 떨어진 3,419.69을 기록했다.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600지수는 1.9%가 밀려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미.유럽 증시는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아시아 증시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5.79% 폭락한 2,870.63에 거래를 마치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의 급락세를 이끌었다.

또 지난주에 예상치를 밑돈 미국의 소비심리지표가 나온 것도 미국 경제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경기가 나아지기 힘들다는 우려를 키우며 증시 전망에 암운을 드리웠다.

◇ 공포지수 급등..美 달러.국채 안전자산 다시 각광
미 증시의 '불안지수' 또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빅스(VIX) 지수는 이날 지난주보다 17% 오른 28.36까지 기록하며 한달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빅스는 지수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심각함을 반영하고 떨어지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빅스는 작년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0월에 80가까이 치솟기도 했으나 3월초 이후 증시가 급등하면서 급락해왔다.

마켓워치는 빅스 지수가 이날 크게 오른 것은 시장에 다시 공포가 찾아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투자심리의 불안감은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를 몰리게 미 달러와 일본 엔화, 미 국채 가치가 올랐다.

이날 유로에 대한 달러 환율은 1.408달러로 지난 주말 종가보다 가치가 0.9% 상승했다.

일본 엔화도 유로화에 대해 132.97엔으로 가치가 1.4% 올랐고 달러화에 대해서도 가치가 0.5% 올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3.47%까지 거래돼 지난주의 3.58%에서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따라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은 그만큼 상승했다.

반면 유가 등 원자재는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76센트(1.1%) 하락한 배럴당 66.7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산업전반에 쓰이는 구리가격도 2.3% 가량 떨어졌다.

◇ 세계 증시 본격 조정 가능성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증시도 지난 주말에 이어 이틀째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3월초의 저점에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5개월만에 50% 가량 오르는 등 세계 증시는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컸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비 지출에 대한 우려와 일본의 GDP 부진이 기폭제가 된 셈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소비부문의 지속적인 약화가 다른 지표들과 맞물려 전문가들에게 증시가 조정에 들어갔음을 확신시키고 있다면서 이제 문제는 조정이 얼마나 크고 길게 이뤄질 것이냐는 점이라고 전했다.

증시의 조정이라 함은 통상 10% 이상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