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과 필리핀간 1천400억 원대 불법 송금대행업(속칭 환치기)을 하다 지명수배된 필리핀 환전상 A 씨와 부산세관에 잡힌 A 씨 가족 3명은 2006년에도 580억 원대 환치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었다.

A 씨 등이 또다시 환치기에 손을 댄 이유는 뭘까.

먼저 국내 계좌에다 외국에서 인터넷 뱅킹만 할 수 있으면 환치기가 가능한데다 인터넷 뱅킹 만으로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A 씨는 국내에 사는 가족과 지인들 명의로 110여 개의 계좌를 만든 뒤 2006년 3월부터 4만5천여 차례에 걸쳐 필리핀 무역업체와 여행사, 현지 어학연수생, 유학생 등 1만5천여명이 의뢰한 돈 1천400억 원을 불법 송금해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겼다.

A 씨 가족들은 "A 씨가 필리핀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면서 환전업을 해왔는데 처음 한두번 환치기를 해주자 금새 소문이 나 불법 송금 의뢰자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이 환치기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외국환은행을 이용할 때보다 수수료가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부산세관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을 거쳐 돈을 보내면 양국 은행에서 송금액의 1.5∼2%씩 3∼4%의 환전수수료와 1%의 송금수수료 등 모두 4∼5%의 수수료를 뗀다.

그러나 환치기를 이용하면 보통 환전수수료로 송금액의 1.5∼2%만 부담하면 된다.

한 두푼이 아쉬운 무역업체나 여행사, 유학생들이 환치기상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세관은 환치기가 관세포탈이나 밀수자금, 도박자금 송금 등 '검은 거래'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무역업체가 세관에 실제 거래금액보다 적게 신고한 뒤 차액을 환치기로 보내면 관세를 포탈할 수 있고 정상적인 외국환거래를 이용할 수 없는 밀수자금이나 도박자금도 환치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환치기는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재범율이 높다"며 "환치기를 의뢰한 사람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정상적인 외국환거래로 송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