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명목임금이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OECD는 올 1분기 단위노동비용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27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1%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OECD 평균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3.5%,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 7개국(G7)은 3.5%, 유럽지역 국가는 5.7%를 기록해 한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3분기에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0%, 4분기에도 -3.0%를 기록해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올 1분기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룩셈부르크가 8.1%로 가장 높았고 ▲핀란드 8.0% ▲이탈리아 6.0% ▲그리스 5.9% ▲네덜란드 5.6% ▲벨기에 5.5% ▲뉴질랜드 5.3% ▲호주·오스트리아 5.2% ▲노르웨이 5.0% 등의 순이었다.

반면 한국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최저인 가운데 스웨덴(1.7%), 스페인(2.1%), 폴란드(2.4%)도 최하위권에 포진했다.

단위노동비용은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를 의미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노동생산성이 좋아지거나 명목임금이 하락하는 경우, 명목임금의 상승률이 노동생산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해 상품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경우 작년 4분기 대대적인 한계산업 구조조정이나 기술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노동생산성이 급속히 개선돼 단위노동비용을 줄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시말해 다른 국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임금 증가세가 유지된데 비해 한국은 임금이 급격히 하향 조정되면서 단위노동비용이 줄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 지향적인 한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임금구조도 하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단위노동비용 또한 차츰 증가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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