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 · 15 경축사에서 "권력형 비리와 토착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는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검찰 조사의 칼끝이 지역 기업인 등과 유착된 지방 공무원의 토착 비리를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정권의 핵심 인사나 대통령 친인척 등이 뇌물을 받고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는 이른바 '권력형 비리'의 근절을 특별히 언급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고강도 사정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형 비리를 없애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검토하고 있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워낙 찬반이 팽팽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낙점한 공직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는 등 인사 분야에서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이번 기회에 공직자 윤리 문제를 다잡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들도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일회성 선언을 넘어 수사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일종의 지침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신임 검찰총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검찰의 전국적인 토착비리 척결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