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위안화 펀드 조성을 위해 중국에서 투자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풍부해진 중국 내 유동성 자금을 끌여들여 중국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블랙스톤은 상하이 푸둥지구 정부와 투자회사를 조만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50억위안(약 7억3200만달러) 규모의 위안화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직 합작 파트너를 정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나 핑안보험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로펌 오멜베니앤드마이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유동성이 크게 늘었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다 정부의 기업 지원도 튼튼하다"며 "이 같은 여건에 따라 외국 자본의 중국 내 기업투자와 위안화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칼라일그룹과 TPG 등 해외 사모펀드들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중국 자금으로 조성한 펀드로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펀드들로서는 투자재원을 현지화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 사모펀드들이 중국 국부펀드 자산의 해외 운용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는 데 이은 것으로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에도 중국 시장 공략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합작기업들이 미디어 분야와 같은 민감한 산업에까지 투자가 허용될지 분명하지 않은 데다 위안화가 다른 통화로 자유롭게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사업에서 필요한 위안화 자금을 외국 기업이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적극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SBC와 홍콩 동아은행이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근 위안화표시 채권(판다본드)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는 외국 기업의 상하이증시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도 허용할 방침이다. 자본시장을 통한 위안화 현지 조달이 국내 금융사나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