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업체들이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수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풍력시장 규모가 앞으로 5년 안에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다퉈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대기업은 물론 풍력발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도 아직 태동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풍력 시장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유니슨,해외수주 물꼬

중견 기계업체인 유니슨은 14일 중국 랴오닝성 푸신시와 풍력발전기 1000기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이 아닌 MOU 단계이지만 단일 공급규모로는 국내 업체 중 최대다. 회사측은 다음 달 본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2㎿급 풍력발전기 1000기(4조원 규모)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유니슨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푸신시에 3억달러를 투자,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풍력사업에 진출한 조선 4사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미국 시엘로사와 2.5㎿급 풍력발전기 3기를 2011년까지 미국 텍사스주에 설치키로 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TX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네덜란드(하라코산),미국(드윈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해외 풍력시장에 진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북미 지역은 물론 유럽 지역으로 풍력발전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국내 처음으로 750㎾급,2㎿급 풍력발전기에 대한 국제 인증을 획득한 ㈜효성은 내년 이후 해외 마케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회사측은 기기 내구성과 운전 안정성 등에서 국제적인 합격점을 받은 만큼 경쟁업체에 비해 사업수주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업체 수출도 활기

국내 풍력 부품업체들도 유럽 중국 등으로의 해외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수출 첨병으로 활약 중인 업체로는 태웅과 평산이 대표적이다. 태웅은 풍력발전기의 기둥에 해당하는 타워용 접합 부품 플랜지(flange)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며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57%를 해외수출에서 벌어들였다.

부품업체들의 해외수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음 달 9일에는 세계 1위 풍력발전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가 덴마크 바데 스틸타워 공장에서 국내 부품업체들만을 대상으로 풍력발전부품 구매행사를 연다. KOTRA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동국S&C 케이피에프 등 국내 20여개 업체들이 참가,70여명의 베스타스 부문별 구매담당자들과 상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로는 그만큼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베스타스는 현재 풍력발전 터빈의 주요 부품인 플랜지의 60%,회전축의 50%를 한국 중소업체들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정보영 KOTRA 코펜하겐 센터장은 "보수적인 덴마크 기업은 처음 거래를 뚫기 어렵지만 신뢰를 쌓은 기업과는 장기간 거래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번 구매상담회가 한국 업체들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이정선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