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로 얼룩진 국세청이 이번에는 진정 환골탈태할 것인가. 취임 한 달을 맞은 백용호 국세청장이 어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국세청 쇄신을 기치로 내건 '국세행정 변화방안'을 발표했다. 백 청장은 비(非)국세청 출신인데다 세금 전문가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과연 어떤 개혁 카드를 꺼낼지 그간 국세청 안팎에서 지대한 관심이 집중돼 왔었다.

개혁안의 골자는 세정 투명성을 위해 감사관 납세자보호관 전산정보관리관 등 본청 국장급 3개 자리에 외부인사를 영입하고,대기업은 4년마다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세무조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세무조사 관리부서와 집행부서를 분리,조사권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인사 부조리를 줄이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사권을 지방청장에 대폭 위임하기로했다.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국세행정위원회를 구성, 국세청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중 본청 국장급 3개직을 외부인사로 충원키로 한 것은 국세청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험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감사관은 국세청 직원의 비리, 납세자보호관은 납세자 권익구제, 그리고 전산정보관리관은 세무조사 관련 정보를 각각 다룬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자리다. 이런 업무를 외부인에게 맡긴다는 것은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한 국세청 조직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돼 주목할 만하다.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부서와 조사를 하는 부서를 분리한 것이나 조사대상 및 기간을 객관화한 부분도 취지대로만 운영된다면 세무조사를 둘러싼 오해와 잡음 및 부조리를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 같은 개혁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추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세정개혁은 지난 1966년 국세청 개청 이래 끊임없이 추진돼 온 과제다. 역대 국세청장이 취임할 때마다 개혁을 다짐했지만 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국세청은 이번만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일관성과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조직개편은 출발이고 의식개혁이 마무리될 것" 이라는 백 청장의 말처럼 모든 개혁에는 세무공무원들의 의식개혁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강조할 점은 정치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악용하는 시도는 이제 영원히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납세의식과 세무행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 역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전임 청장 3명의 잇단 불명예 퇴진으로 국세청에 대한 신뢰(信賴)는 땅에 떨어져 있다. "지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백 청장의 각오가 이번에는 기필코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